이 법이 중요한 이유는 최초로 성폭력의 정의와 구체적인 종류를 법으로 규정하였다는 것이다. 이 법이 발효되기 전에는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기까지에는 심적인, 법률적인 문턱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되기까지 그간 많은 인권 및 여성단체들의 노력이 있었고, 근 10여년의 노력끝에 드디어 성폭력 처벌법이 제정되고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성폭력 처벌법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법의 제정으로 그간 가해자 처벌위주의 사건처리에서 탈피,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자 인권을 보고하고, 성폭력 개념정의 및 구체적인 성폭력 종류를 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피해자가 사건을 쉽게 신고할 수 있는 법적인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이 있기 전에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형법이 그 근거가 되어 수사진행이 되었으나, 형법의 경우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에 제정되어 현재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폭력에 관해서도 일반적이고 추상적으로만 규정되어 있어서,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성폭력 및 성희롱 사건의 특색상, 피해자는 사건 당시 심적 불안과 트라우마로 사건을 즉시 표면화 시키기 어려울 수 있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안정이 된 상태에서 사건을 표면화 한다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심적 고통을 주는 증거물이 이미 삭제된 상황에서,가해자 및 피해자 당사자 간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이 강한 사건에 대해, 최소 2가지 이상의 증거와 증인을 요구하고 있는 현행 형법으로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성폭력의 피해자가 반드시 여성 만일 수는 없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취약한 여성 및 아동이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통계 데이터로도 증명되는데 2012년 135,170건이던 여성 및 아동 성폭력 신고 건수가 2021년에는 338,486건으로 급격히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기존 형법에서는 가해자 처벌이 주된 관심사였다면, 성폭력 처벌법에서는 피해자 보호측면이 강화되었고, 성폭력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종류들을 명확히 명시함으로써 이전에는 성폭력 및 성희롱 해당여부가 불분명하였던 행위 즉, 지나가는 여성에게 휘파람을 분다거나, 여성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노골적인 외모에 대한 칭찬 역시도 성폭력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
기존 형법에서는 성폭력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를 2가지 카테고리로 규정하고 있으나, 금번 성폭력 처벌법에서는 성폭력에 해당하는 범죄행위가 9가지 카테고리로 확대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비 물리적 언어 성폭력이다. 즉, 물리적인 접촉이 없더라도 성적인 의도를 내포한 부적절한 언행 및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한 언행, 음담패설 , 여성의 외모 및 신체에 대한 과도한 언급 역시 성폭력 범죄행위로 규정되었고, 이는 9개월 징역 혹은 천만 루피아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즉, 예전에는 비교적 용인되어져 왔던 부적절한 언행, 성적인 의도가 명백한 외모칭찬 및 희롱과 같은 언행에 대해 만일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를 신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기에 경찰 역시 피해자 신고 접수를 거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외 임신을 피하기 위해 여성에게 피임을 강요하는 것 또는 강제로 결혼을 시키는 것 역시 기존 형법에는 없던 내용으로써 성폭력 처벌법 상 범죄행위로 규정되게 되었다. 강제결혼의 경우 여성이 강간을 당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가해자와 결혼을 시키는 것인데 이는 피해자에게 평생 고통을 지우는 행위로써 사자에게 물린 사람을 사자 우리에 집어넣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피해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금번 성폭력 처벌법에서 이를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할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고, 이러한 범죄는 징역 9년 혹은 벌금 2억원에 처해지게 되었다.
상기 외에 전자기기에 기반한 성희롱 역시 성폭력 처벌법 상 처벌행위가 되었다. 형법이 발효될 당시에는 인터넷이 아직 없었으므로 당연히 형법에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성폭력 행위를 다룰 수 없었다. 전자기기 즉, 채팅앱을 통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문자, 사진등을 발송하는 행위 혹은 제3자에게 이러한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 역시 성폭력 처벌법 상 범죄행위로 규정되었다.
전자자료 유포의 경우 남녀가 교제를 하다 헤어지게 된 경우, 상대방에게 협박 및 복수의 개념으로 교제당시에 있었던 개인적인 사진 등을 인터넷에 유포하거나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인데 이 역시 성폭력 처벌법상 9년 혹은 2억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되게 되었다.
성폭력 처벌법 상에 따르면 가해자의 신원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가해자가 개인일 수도 있겠으나 법인 즉, 회사가 될 수도 있는데 회사의 명성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여 회사가 성폭력 사건을 은폐한 경우 최소 2억원에서 20억 루피아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즉, 기존에는 성폭력 가해자가 개인일 경우에만 한정하였으나, 성폭력 처벌법에서는 가해자의 범위를 개인에서 법인으로까지 확대하였으며, 이때 법인이라 함은 일반 사기업 뿐 아니라 공기업 및 국가기관까지도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다.
성폭력 처벌법은 피해자 관점에서 법을 규정함으로써, 기존 형법과 달리 증인없이 단 하나의 증거제시로써도 효력을 발휘하도록 하였다. 피해자가 잊고싶은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장기간 보관할 리 만무하므로, 피해자의 증언과 단 하나의 증거제시로도 사건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간소화 된 것이다. 인스타그램, 채팅앱과 같은 각종 전자기기에 기록되어져 있는 모든 자료가 증거로써의 효력을 갖는다.
성폭력 처벌법이 피해자의 관점에서 작성되었다고 하는 좋은 예는 정부가 피해자에게 심리상담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합의를 통한 해결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피해 당사자에게 합의 위로금이 지급되었다 하더라도 경찰에 신고된 사건은 위로금과 무관하게 끝까지 법적인 형사처벌로 마무리 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 처벌법이 재정되고 공표되어 피해자가 쉽게 신고를 포함한 법적인 조치를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준비되어 있는 바, 이제는 현장에서 이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실천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있게 되었다.
